공지사항



작성자 Admin(admin) 시간 2017-06-28 13:27:23
네이버
첨부파일 :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대하여 국립과 사립이라는 2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고등교육의 일정부분에 대하여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나아가 사립과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교육기본법 제 11조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및 사회교육시설을 설립, 경영한다"고 되어 있으니 아마도 여기에 근거하였을 것이다. 이는 제2조에서 밝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나서서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근대국가는 모두가 개교육(皆敎育)을 표방하고 나섰고 실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의 조항이 초등교육에서는 거의 실현되었으나 중등교육에서는 절반 정도밖에 안되고 고등교육에서는 20% 정도 밖에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부족한 부분을 사립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고등교육만을 살펴보기로 한다면 국공립 20%와 사립 80% 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사립 우위의 고등교육정책을 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2원체제도 확고하게 유지해온 것을 뜻한다.

이제 우리는 교육에 대한 2원체제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국가의 사무는 어떠한 경우에도 경쟁이 성립할 수 없다. 예컨대 국방이나 경찰 나아가 일반행정도 고유한 영역이지 시민사회에 배분하거나 경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국가가 직접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같은 원리가 적용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국가가 설립하는 대학과 사인(私人)이나 법인(法人)이 설립한 대학간에 경쟁한다는 것은 그 행위가 국가의 고유한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민간차원에서 할 수 있고 또 해야하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졍영섭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간에 공정한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를 시정해 달라고 제소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공정거래워원회의 답변은

' 국립대학교는 국가기관이고 그 행위는 국가적 행위이기 때문에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고 답변하였는데 이는 그런 행위가 국가의 고유한 행위일 때에만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국립대학교에서 가르치는 행위가 어떤 것과도 경합이 되지 않는 국가에 고유한 것이고 독점적이고 배타적이고 주권적인 것일 경우에만 타당한 것이다.

따라서 사관학교나 경찰학교는 물론이고 교육대학이나 산업대학과 같은 국립특수대학의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일반국립종합대학은 일반사립종합대학과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동일한 방법으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으며 동일한 대상를 두고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국립대학교의 교육적 행위는 고유한 것이 아니다. 즉 사립대학의 행위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런 국립대학의 행위를 "국가기관(지자체포함)의 고유한 행정행위(공정거래위원회 독관 42240-55)"라고 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립대학이 국가기관이고 운영주체가 국가이며 등록금의 결정, 각종 세제혜책, 국고보조금 등이 행정행위(회신 제2항과 제4항)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인데 그런 기관의 법과 제도의 형식적인 면만 보고 내용적인 측면을 보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 사립대학과 내용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형식적인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인데 오히려 형식적으로 적법하므로 내용적인 것을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는 도치된 논리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정영섭교수는 국립과 사립간의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을 감안한 타협안이고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는 민간차원에서 가능한 것을 두고 경쟁관계에 선다면 스스로 모순을 범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국가가 고등교육 자체를 고유업무로 포섭하든지 아니면 고유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고등교육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아니면 전혀 지지 않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전자를 취했고 미국의 경우에는 후자를 취했다. 독일에는 사립대학이 없고 미국에는 국립대학이 없다. (자꾸 미국의 주립대학을 국립대학과 유사하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의 주립대학은 사립우위체제에서 그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복지 차원에서 생겨난 것들이고 독일이나 우리나라의 국립대학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적당한 수의 국립대학과 적당한 수의 사립대학이 혼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부적절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교수가 궁극적으로는 민영화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옳다.

민영화는 이상이고 공영화는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인수 주체 등을 생각해 볼 때 민영화가 어렵기는 한데 그만큼 우리가 고등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해방과 정부수립 당시에는 사회적 여건이 미비했으므로 경황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고 민족자본이 취약할 때였으므로 국유재산과 국고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학의 육성이 선택과 집중 그리고 불평등성장 전략에 비추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시대적 특수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등교육에 대한 국립과 사립이라는 2원체제는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국정이 정상화함에 따라 시급히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이를 방치함에 따라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국립우위의 획일적인 대학서열체제를 가져오고 학벌카르텔을 형성했으며 경쟁을 억제하고 학문을 정체시키며 온갖 교육적 모순을 양산한 것이다. 이는 관학우위의 역사적 전통과 관존민비라고 하는 전근대적 사고까지 결합함으로서 이제는 시민사회의 발전에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수정 2017.01. 16

 
[학벌없는 사회만들기] 대표 이공훈
                                   
 

[학벌카르텔] 네이버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band.us/n/a7a3T6O6D8S0w

comments powered by Disqus